도입: 두 돌 지나는 우리 아이, 혹시 자폐일까?
민지 씨는 두 돌이 된 아들이 또래보다 말이 늦고, 눈을 잘 맞추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걱정에 잠겼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직 어리니 좀 더 두고 보자”라고 말하지만, 엄마로서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닐까?
민지 씨의 사례처럼 아이의 발달에 의심 증상이 보일 때 부모로서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M-CHAT-R 검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M-CHAT-R 검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과학적 근거와 효과성을 지니는지 알아보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M-CHAT-R 검사란?
M-CHAT-R(Modified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 Revised)은 영유아(16~30개월)를 대상으로 한 자폐 스펙트럼장애(ASD) 선별검사입니다. 미국의 로빈스(Robins) 박사 등이 개발한 검사로, 원래 'CHAT'이라는 검사자의 관찰 위주 검사에서 발전하여 부모가 직접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든 체크리스트입니다. 2001년 처음 제시된 M-CHAT는 총 23개의 예/아니오 질문으로 구성되었는데, 2014년 개정판인 M-CHAT-R에서는 내용을 다듬고 20개 문항으로 축약되었습니다. 주로 아이의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공동 주의(Attention Sharing), 감각/운동 행동 등에 관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모가 “예” 또는 “아니오”로 응답합니다.
M-CHAT-R의 20개 문항은 영유아의 사회적 의사소통 행동 전반을 폭넓게 다룹니다. 예를 들면 눈 맞춤이나 웃음에 대한 반응 같은 상호작용 행동, 손가락으로 가리키기(포인팅)나 흉내 놀이 같은 의사소통 및 놀이 행동, 그리고 감각 민감성이나 운동 발달에 관한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의 평소 행동을 떠올리며 각 문항에 대해 ‘예’나 ‘아니오’로 답하게 되는데, 이때 또래 아동의 일반적인 발달을 기준으로 생각하여 답하도록 안내됩니다. 아이가 가끔은 어떤 행동을 하지만 일관되게 보이는 건 아닌 경우에는 해당 행동을 아직 습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아니오’로 답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이가 새로운 물건을 보면 부모의 얼굴을 살피나요? (예: 부모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M-CHAT-R 문항들은 처음 접하는 부모라도 비교적 쉽게 검사에 응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 전문가 도움 없이도 이해하기 쉽지만, 동시에 자폐 아동에게서 흔히 보이는 미묘한 징후들을 잡아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가 하늘 나는 비행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의 공동 주의 능력을 알아보고, “새로운 물건을 보면 부모의 얼굴을 살피나요?”라는 질문으로 사회적 참조 행동을 파악하는 식입니다. 각 문항마다 정상 발달 아동이라면 보일 법한 예시 행동과, 우려되는 행동의 예시가 함께 제공되어 있어 부모가 판단하기 수월합니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전 세계의 소아과 의사들이 영유아 건강검진 시 부모들에게 M-CHAT-R을 18개월과 24개월에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18개월 및 24개월 영유아 정기검진 때 모든 아이에 대해 M-CHAT-R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요.
평가가 끝나면 각 문항에 대한 답변을 점수화하여 위험도를 분류하는데, 보통 0~2점은 낮은 위험, 3~7점은 중간 위험, 8점 이상은 높은 위험군으로 간주합니다. 중간 위험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추가 질문이나 면담을 통해 결과를 확정짓고, 높은 위험으로 나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문적인 진단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됩니다. 특히 검사에서 3개 이상의 문항에서 atypical(비정상) 응답이 나오거나, 중요한 핵심 문항 중 2개 이상에서 문제가 보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위험 신호로 간주합니다.
과학적 근거와 효과성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과연 이 검사가 정말 정확한가?”일 것입니다.
M-CHAT-R은 여러 연구를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받았습니다. 원 개발자들이 수행한 초기 연구에서, M-CHAT 검사로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아이들 중 상당수가 추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되었으며 (나머지는 발달 지연 등 다른 문제가 확인됨) 검사 자체의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이후 개정된 M-CHAT-R에 대해 실시한 대규모 연구들에서는, 민감도(질환 있는 아이를 올바로 찾아내는 비율)가 약 83~91%, 특이도(정상 발달 아이를 올바로 배제하는 비율)는 약 94~99%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2023년 발표된 50개 연구 메타분석에서는 M-CHAT(-R/F)의 종합 민감도 0.83, 특이도 0.94로 나타나, 조기 선별 도구로서 충분히 유용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추가 면담(Follow-Up)을 동반한 M-CHAT-R/F의 경우 특이도가 거의 0.99에 가까워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M-CHAT-R은 어디까지나 선별(screening) 목적이므로 결과만으로 진단이 내려지지는 않습니다. 고위험으로 나올 경우 추가적인 전문 평가가 필요하며, 중간위험인 경우도 추후 전화 인터뷰나 재검사 등의 후속 평가(M-CHAT-R/F)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도록 권장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HAT-R은 전반적으로 위험 아동을 놓치는 확률이 낮고, 불필요한 걱정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추가 절차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기에 전 세계 소아과에서 표준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K-M-CHAT-R에 대한 예비 연구에서 정상 발달 아이들은 한 명도 위험 판정이 나오지 않았고, 자폐성 장애 아이들은 모두 고위험으로 선별되는 등 뚜렷한 구분력을 보였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M-CHAT-R이 일관되게 유효함을 뒷받침해줍니다.
ASD 조기 진단의 효과
2세 미만의 아주 어린 자폐 아동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기중재 프로그램을 시행한 연구에서, 2년 후 평균 IQ가 18점 가까이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방치된 아이들은 불과 4점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큰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자폐 증상은 생후 18~24개월 경부터 나타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아이는 적절한 도움 없이 몇 년을 지나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CDC 보고에 따르면 많은 아이들이 4세가 넘어서야 자폐로 진단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 만 2세 이전에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던 증상들을 놓치고 지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필요한 조기중재(early intervention)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커지므로, 가능한 한 빠르게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기에 발견할수록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또래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고, 필요한 경우 선별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조기 진단을 받으면 부모로서도 왜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어 양육 부담과 불안을 덜 수 있습니다. 아이 역시 자신의 필요에 맞는 교육과 치료를 더 이른 시기에 받을수록 사회적, 행동적 기술을 익힐 기회가 많아지므로 장기적인 발달 전망이 밝아집니다. 요컨대, 조기 진단은 아이의 성장에 있어 시간과의 싸움에서 앞서 나가는 일이며, 아이가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일인 것입니다.
맺음말: 아이의 첫 발걸음을 돕는 따뜻한 시선
자녀의 발달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에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혹시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M-CHAT-R과 같은 검사 도구를 통해 한 번 점검해보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검사는 무료로 제공되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웹사이트 Battery-me에서도 M-CHAT-R 자폐 선별검사 페이지를 제공하며, 몇 분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따뜻한 관심과 용기입니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의 직관에 과학적 도구를 더하면,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놓치지 않고 제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이러한 공인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안심하고 검사를 활용하되, 결과에 대한 해석과 다음 단계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따뜻한 이해와 과학의 도움으로, 우리 아이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M-CHAT-R 검사의 이론적 배경과 활용법, 국내 연구를 통한 한글판 검사 결과, 자폐 조기중재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 미국 CDC 및 Autism Speaks 자료 등. 본문 내용 중 링크를 눌러 출처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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